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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Anchor)이란 무엇일까? 앵커의 유래, 닻의 사용 본문
'앵커'란 말을 들으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시나요? 뉴스 앵커가 떠오르시진 않나요? 아니면 축구 경기에서의 포지션인 '앵커맨'이 떠오르시나요?
앵커(anchor, '앵카'라고 발음하기도 함)라는 영어 단어는 닻이라는 뜻입니다. 배를 정박시킬 때 닻을 내리듯 뉴스의 중심을 잡고 마무리를 한다는 뜻에서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붙게 됐죠. 공식 명칭은 '앵커맨'입니다. '방송문화사전'(한울아카데미)은 "앵커맨은 갖가지 뉴스 소재에 대한 기자들의 심층 또는 현장 리포팅을 매끄럽게 보도하고 인터뷰나 해설 및 자신의 논평도 곁들이는가 하면 때로 자신이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보도에 다양성, 깊이, 신뢰를 주는 역할을 한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축구에서 앵커맨은 수비진영에서 묵직하게 우리팀의 후방을 책임지고 사수하는 수비수를 지칭하는 단어이지요. 수비형 미드필더와 혼용해서 쓰일 수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sweeper 느낌의 미드필더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복잡한 뉴스 현장의 조직과 취재를 지휘할 중심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이 역할을 담당할 뉴스 캐스터를, 또 축구에서는 팀의 균형을 잡아주고 든든하게 후방을 책임져주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는 닻에 비유했던 것입니다.
닻(anchor, 앵커, 錨(묘))은, 배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고정되어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닻은 수척한 바다에서도 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며, 항구에서는 선박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닻의 중요성은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왔지요. 오늘날에는 해양/해운 분야를 표현하는 하나의 상징이자 로고로도 많이 사용이 됩니다. 씨맨스클럽의 프로필 사진이 닻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닻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닻날(anchor fluke)입니다. 이 부분은 바닷속 바닥에 꽂혀서 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닻날은 특정한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이는 바닷속의 특정한 지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부드러운 모래바닥에는 작은 닻날이 필요하며, 바위바닥에는 큰 닻날이 필요합니다. 이는 달리 말해 같은 닻이라도 해저 지형(진흙, 자갈)에 따라 파주력(holding power, 닻이 선박을 붙들어 놓으려 하는 힘)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위 닻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닻 모양과는 다르게 닻을 세웠을때 십자가처럼 세로축에 직각으로 가로선이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stock 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선박이 대형화 되며 무거운 닻의 고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stock이 없는 stockless anchor를 적용하는 것이 대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닻은 또한 닻사슬(anchor chain)과 함께 사용됩니다. 이 사슬은 닻과 배를 연결시켜주며, 닻을 더 안정적으로 고정시켜줍니다. 닻사슬은 일반적으로 몇 백 미터 이상 길게 만들어져 있으며, 닻날이 꽂힌 위치에서 배가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닻이 배를 잡고 있다 생각하지만, 이 닻사슬이 해저에 닿아 배를 잡고 있는 힘이 더 크다는 사실!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큰 닻은 무게가 어마어마 한데 닻을 내리고 올릴때 사용하는 기기를 windlass라고 합니다. 이 windlass는 고장이 많고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닻은 오랫동안 항해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닻을 사용하여 배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키는 기술은 수천 년 전부터 사용되어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항해 분야에서 필수적인 장비입니다. 또한 닻은 항구에서도 사용되어, 선박들이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가령 조류의 도움을 받아 하루정도 일찍 항구에 배가 도착했고, 항구는 아직 배를 받아 들일 준비(예를 들어 다른 배가 이미 접안해 있을 경우)가 안되어 있다면 일찍 도착한 배는 외항에서 닻을 놓고 대기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닻을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닻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다의 지형을 잘 파악하고, 닻날을 바닷속 바닥에 꽂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거의 모든 배에서 투묘(앵커를 놓는 작업)시 선장은 브릿지(선교)에서 지령(order)을 내리고 일등항해사(Chief Officer/Chief Mate, 통칭 '일항사')가 선수(forecastle, 폭슬이라고도 함)에서 선원들과 묘박(anchoring)을 지휘합니다. 또한 바람이나 파도의 세기에 따라 닻을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지므로, 이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선원들이 충분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닻에 대해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닻이 오로지 정박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manoeuvre)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제한된 수역 내에서 선회를 해야할 때 닻을 내려 속력을 저하시키고 회두력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숙력된 선장님들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임과 동시에 많은 위험부담이 있는 조선법이기에 실무에서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닻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많은 선장님들에게 닻은 애증의 존재입니다. 투묘는 선박을 한 층 더 안전하게 해주기에 안쓸 수 없으며 고마운 존재이지만, 닻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한 번의 실수로 선체 및 기기의 damage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세상이라는 바다에 내릴 닻을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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