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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가 말라가고 있다? 파나마 운하 가뭄 Panama Canal draught, 이상 기후 본문
2021년 3월 23일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한 '에버 기븐'호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에버그린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Ultra Large Container Ship, ULCS, 다양한 선종에 관하여는 아래 글을 클릭해주세요^^)인 '에버 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aground)되어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마비되었던 사건입니다.
어쩌면 위에 버금가는 사고가 또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고'가 아닌 '현상'입니다. 바로 수에즈 운하와 '세계 2대 운하'를 이루는 파나마 운하의 가뭄현상입니다.
파나마 운하(Panama Canal)
파나마 운하는 어떤 곳일까요?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로 중 하나입니다. 중앙아메리카의 파나마라는 나라에 위치하여 파나마 운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잘 이해가 되실 겁니다. 만약 한 선박이 영국 런던에서 출발하여 미국 뉴욕을 들러, 부산으로 짐을 실어 나른다고 가정하였을 때,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루트(파란색)이 파나마 운하를 통하지 않고 남미를 둘러 항해하는 루트(빨강색)보다 현저히 적은 거리(distance in nautical miles)를 이동할 것이며, 이는 곧 그만큼의 시간(기회비용)과 연료(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따라서 수에즈 운하가 아시아-유럽간의 무역에 있어서 중요한 만큼이나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태평양 간의 무역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것이죠.
파나마 운하의 원리(How the Panama Canal Works)
저는 13000TEU 컨테이너선을 타고 파나마 운하를 통항한 경험이 있습니다(저는 항해사입니다^^). 통항하기 전에는 파나마 운하가 어떤 원리로 배를 통항시키는지에 대하여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감을 잡지 못하였는데, 쉽게 풀어 드리겠습니다.
위 예시에 이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한국 부산으로 가려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넘어와야 합니다. 파나마 운하의 1번 갑문(lock)으로 선박이 들어가면 1번 갑문을 닫습니다. 선수측 갑문과 선미측 갑문이 모두 닫히면 중력과 pump를 이용하여 미리 2번 lock에 받아놓았던 물을 주수(물을 집어넣는 것)하여 선박의 부유성을 이용하여 2번 lock의 수위만큼 들어올립니다. 이어 2번 lock을 열어 선박을 2번 lock으로 이동시키고, 다시 lock gate를 닫아 3번 lock에 미리 받아놓았던 2번 lock에 물을 주수하여 3번 lock의 수위만큼 선박을 들어올리는 것입니다. 3번 lock에 다다르면, Gatun Lake(가툰 호수)의 물을 3번 lock으로 주수하여 Gatun Lake의 수위만큼 선박을 들어올립니다. 그런 다음 Lake의 Entrance Lock을 개방하면, 마침내 가툰 호수와 동일한 수위로 선박이 자유롭게 항해가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항해사로서 운항 측면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모든 과정은 파나마 도선사(Panama Pilot)은 승선하여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며, 선장의 지휘 아래 본선 항해사들이 선수, 선미에 Stand-by(배치)되어 선박의 이동과정에서 데미지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줄(Line, Lock간 이동할 때 및 선박이 수위로 인한 수직운동을 할때 선박이 움직이지 않도록 육상측에 선박을 묶어두는 것을 의미함. 이 과정에서 수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묶어놨던 줄 또한 장력이 미치거나 없어지기(Tighten or Slacken) 때문에 아주 조심해야 함)작업을 하는 Panama Crew 등이 안전하게 작업하는 지에 대한 감독을 하게 됩니다.
위 설명과 그림을 보셨다면 최상단의 Gatun Lake(가툰 호수)의 중요성을 느끼셨을 겁니다. 애초에 파나마 운하가 이렇게 작동하는 것 또한 가툰 호수가 백두산 천지와 같이 바다의 수위보다 높게 위치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툰 호수가 최근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나마 운하 가뭄 (Panama Canal Draught)
파나마 기상청은 2023년 10월 강수량의 경우 1950년 이후 최저치(평균 41% 이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이상 기후와 엘니뇨 현상으로 말미암아 파나마 운하는 통항에 필요한 물을 예전만큼 공급할 수가 없고, 전문가들은 내년 초까지 이러한 현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말이 조금 남지 않았긴 하지만, 아래 표로 얼마나 현 상태가 심각한지 같이 살펴봅시다.
먼저, 현재(2023년 11월 21일)기준 통항 대기 선박 척수(좌측 상단)입니다. Booked 와 Non-Booked 를 합하면 143척에 달하네요. 143척이 파나마 운하 통과를 위하여 대기중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우측 상단에 위치한 평균 대기일수 추이를 보시면, North Bound, South Bound 할 것 없이 평균 7.3일과 6.5일의 대기 일수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상승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한달 전은 어땠을까요? 아래 그림을 살펴봅시다. 약 한달 전인 2023년 10월 24일 대기 척수는 98척, 평균 대기 일수는 2.9일과 4.9일로 평균 약 4일 정도를 대기하는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확실히 최근들어 가뭄의 영향이 더 확연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 8-10월의 평균 대기 일수인 3.1일과 대비하면 10월은 25%, 11월은 약 100%이상 상승한 것입니다.
또, 수위에 대한 수치를 살펴봅시다. 파나마 운하청에서 발표한 2023년 11월 21일 현재 가툰 호수의 수위는 81.3ft입니다.
그런데, UN University(유엔 대학, 유엔산하기구)에서 예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운항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Critical Level, 즉 중요 수위가 81.5ft라고 나와있습니다. 벌써 그 수위를 하회하는 것이죠. 11월이 파나마 우기인 것을 감안하면 이 수위는 곧 더 줄어들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 가뭄에 따른 조치와 예상되는 결과
그렇다면 파나마 운하청은 이러한 가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그 대응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선박의 통항을 제한한다
2. 선박의 흘수(Draft 또는 Draught, Draught는 또 '가뭄'이라는 의미도 있는게 매우 흥미롭습니다)를 제한한다.
위 두가지의 대응방법을 통하여 파나마 운하는 계속 운영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선박의 통항을 제한하는 만큼 물을 덜 소모할 수 있고, 흘수를 제한하는 만큼 또 물을 덜 소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흘수 감소=배수량이 줄어드는 만큼 그 선박을 수직 운동시키는 데 드는 물의 양이 줄어듬). 허나 이는 해운의 관점으로 본다면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1. 선박의 통항을 제한한다 = 화물을 옮길 수 있는 선박의 수가 줄어든다
2. 선박의 흘수(Draft)를 제한한다 = 화물을 더 실을 수 있으나, 덜 실을 수 밖에 없다.
즉, 파나마 운하의 가뭄은 화물 운송 수단/매체의 공급 감소를 의미합니다. 저는 이 점을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가슴아픈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과는 별개로, 해운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수에즈 운하 사고로 인한 화물 운임상승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파나마 운하가 수에즈 운하와 더불어 세계 2대 운하인 만큼, 파나마 운하의 통항이 제한되는 것으로 인한 운임(특히, 컨테이너선의 대표적인 운임 척도라고 할 수 있는 SCFI. 각종 운임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해주세요^^)의 추이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은 파나마 운하와 운하의 작동 원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뭄까지 다뤄봤습니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지구가 더이상 신음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되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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